서평

여성의 글쓰기 / 이고은

공부하는 사남매엄마 2021. 4. 2. 15:51

이야기 덩어리를 엮은 글은 삶의 의지이자 욕망의 실현이다. 글쓰기는 그렇게 원초적인 에너지에서 비롯하는 일이다.

p45

글을 쓰는 일 역시 질문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던 사실에 대해 묻고 답을 구하는 일에서부터 글쓰기의 의지가 발현된다. 스스로 묻고 답하는 일, 타인에게 묻고 객관적 답을 구하는 일. 그 결과를 오롯이 기록하는 것이 결국 글쓰기다.

p81

내게 엄마가 된다는 것은 이전에는 체감하지 못했던 소외와 배제, 차별과 억압의 경험을 쌓는 일과도 같았다.

p132

남성의 언어로 가득한 이 사회에서 여성은 스스로 자신의 언어를 찾아 헤매는 숙명에 놓인다. 그 언어란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지워진 존재로서 경험의 기록이며, 자신을 배제하는 체제에 던지는 질문이다.

p147

왜 여성은 글을 써야 하는가?

아무리 지금 여성의 경제활동이 예전에 비해 나아졌다고 해도 남성과의 임금격차는 여전하며 결혼 후 많은 여성들이 경력단절의 길로 들어선다. 아이를 안 낳으면 안 낳는대로 낳고 나서 남의 손에 맡기면 그거대로 모성애가 부족한 엄마 아이를 본인이 직접 키우면 맘충 취급받는 여성들은 글이라도 써서 목소리를 내어야 하지 않겠는가

실제로 예전엔 여성의 목소리가 어디에도 닿지 않았다 그저 높은 산꼭대기에서 혼자 목청껏 외쳐보나 전혀 메아리가 돌아오지 않는 것과 같았다

"우리의 언어가 세상 밖으로 꺼내져 나올 때, 아주 미세한 진동이 일어난다."

라고 책 뒤표지에 적혀 있다

B급 며느리나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영화가 탄생한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꼴페미니 거짓말이니 말이 많지만 많은 여성들이 공감하고 눈물을 흘렸다는 건 거짓이 아니지 않는가

여전히 여성의 언어를 밖으로 낸다는 건 많은 공격들을 감수하며 버텨내야하는 일이지만 미세한 진동들이 모이면 큰 울음을 자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사는 시대에는 그리될 일이 없다 치더라도

내 딸이 내 나이가 되었을 때는 여성으로 태어난 것을 후회하며 살지는 않길 바라면서, 당장 누구에게 나의 목소리가 닿지 않겠지만 천천히 나의 속도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