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하트 정아은 소설

"미연 씨가 아직 대한민국을 모르는구나. 대한민국에서 출신대학은 낙인이야.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낙인. 경력 좋고 대학원 좋은 데 나와봐야 아무 소용없어. 대학을 좋은 데 나와야지. 학부를 좋은 데 안 나온 사람은 절대 A급이 못 돼. 외국계 회사도 정말 인지도 높은 회사는 사람 뽑을 때 출신대학 다 따져. Z사 봐. SKY 출신 아니면 아예 이력서도 보내지 말라고 하잖아? 서울대 대학원, 아니 하버드 대학원 나와도 대학 좋은 데 안 나오면 다 꽝이라고."
흐물과 있을 때, 나는 찬란히 빛났다. 만방에 아름다움을 과시했다. 그렇다면 흐물과 나, 둘 중 누가 누구를 이끌었던 것일까. 흐물이 나를 이끌어주었을까, 내가 흐물을 이끌어주었을까. 일방적으로 흐물을 이끌어주었다고 생각했던 그동안의 나는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학벌주의, 가부장제를 신랄하게 표현해낸 정아은작가 소설. <잠실동 사람들>에서는 사교육에 대해,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에서는 가부장제 ,페미니즘을 <모던 하트>에서는 그 모든 걸 총망라해놓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 6년 만에 <한겨레 문학상>을 거머쥐며 작가 대열에 오른 정아은 작가. 한 편의 대학로 연극을 본 느낌이었다. 가독성 최고.
주인공 미연은 헤드헌터다. Y대 출신 태환을 만나기 위해 늘 그가 있는 곳으로 가야 만날 수 있는 게 싫었다. 본인 나이가 많다고 압박을 느끼는 것 같았다. 굳이 그렇게 지고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데. 그녀도 전문대와 사이버대 출신이면서 그녀에게 진심으로 잘해주는 흐물은 지방대 나와 공사 다닌다고 무시하는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결국 흐물을 만나다 태환을 만나러 간 후 흐물은 이후 인선과 결혼한다. 그 모습을 보며 후회해봤자.......ㅋ
미연의 동생은 신문기자다. 엄마가 서울대를 갔어야 했는데 서울대를 갔어야 했는데 노래를 불러서일까. 개차반 시댁에 일명 개천에 용 출신의 서울대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쥐뿔도 없고 능력도 안되는데 서울대 나와서 콧대만 높아선 사법고시 준비한다는 핑계로 집에서 놀고 처먹으며 게임만 하면서 아이도 돌보지 않고 집안일도 까딱안하는 남편을 보면서 소설이지만 패죽이고 싶었다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서울대사위 서울대사위 거리는 친정부모님도 자기 딸이 일하랴 육아하랴 살림하랴 죽어나가는데 참 답답하게 느껴졌고 나중엔 친정엄마가 한소리하지만 신경도 안 쓰는 남편 보면서 정말 싸대기 한방 날리고 싶었던ㅋㅋㅋㅋㅋㅋ
커리어우먼의 고충, 30대 후반 미혼여성의 심정, 대한민국 계급사회, 학벌주의, 세대간의 갈등, 워킹맘의 현실을 모두 담아놓았다. 책을 읽으면서 진심으로 짜증났는데 그 이유는 이게 소설로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설이라고 장르를 구분해놓았지만 현실과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라 진심으로 읽으면서 짜증이 났다. 학벌 좋은 곳 나온다고 안락한 삶이 보장되지 않는다 창업을 해라 주식을 해라 하지만 여전히 학벌로 계급은 나뉜다. 학창시절 남들 놀 때 공부만 해서 좋은 대학 간 건 대단하지만 문제는 그러지 못한 사람들은 실패자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평생 죽을 때까지! 주홍글씨로! 이 책에서도 학사가 중요하지 대학원은 중요하지 않다고.
삶이 참 건조하다. 소설에 행복과 정이 없어.. 피하고 싶은 현실뿐... 그래서 제목에 모던을 붙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