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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복자에게 / 김금희

복자에게는 제주의료원에서 일어난 산재사건과 그 소송을 모티프로 하고 있다. 어떤 사건인가 찾아보니 제주의료원에서 2009~2010년 일하던 간호사들이 집단으로 유산을 했다. 출산한 간호사 8명 중 4명은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아이를 출산한 사건이었다. 태아의 선천성 심장질환을 근로자의 질병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반려되었고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모체와 태아를 단일체로 봐야 한다"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복자는 그 간호사 중 한명이다. 아이를 유산한. 이영초롱이는 초등학생 때 집이 망해 제주도 고고리섬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복자를 만났다. 이영초롱이는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수재였지만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야 한다며 장래희망이 '사자'인 아들은 서울에 남기고 딸만 고고리섬에 보냈다. 그 곳에서 고모와 함께 지내게 된다. 이영초롱이는 판사가 되었는데 재판장에서 '엿 까드세요' 욕설로 인해 제주도로 발령받는다. 이영초롱이와 복자는 섬에 지낼 때 서먹하게 되었는데 이영초롱이가 제주로 가게 되면서 다시 만나게 되었고, 복자가 유산을 하고 소송을 준비중인 걸 알게 된다.

사실을 본 그대로 말한 것 때문에 고모의 친구는 실형을 살고 복자와 이영초롱이는 멀어지게 되었다. 그 일을 평생 후회하며 고모는 답장 없는 편지를 쓰고 영초롱이는 부치지못할 편지를 쓴다. 어쩜 이 둘이 이리 닮았을까.

"누구는 그런 말도 한다. 아이를 유산한 나 같은 경우에는 산재가 인정될 확률이 높다고, 그 돈으로 건강해져서 얼른 아이 다시 가지라고. 근데 나 있잖아, 다시 건강해진다는 게 뭔지 모르겠어. 다시 그렇게 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어떻게 내가 다시 그렇게 돼."

p138

"나는 제주, 하면 일하는 여자들의 세상으로 읽힌다. 울고 설운 일이 있는 여자들이 뚜벅뚜벅 걸어들어가는 무한대의 바다가 있는 세상. 그렇게 매번 세상의 시원을 만졌다가 고개를 들고 물밖으로 나와 깊은 숨을 쉬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다 잘되지 않겠니?"

p189

결국 재판은 승소했지만 그 기간이 8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이영초롱이가 제주에 가서 그 재판의 부심의 자리에 있다가 '회피'하라는 압박과 복자의 부탁에 제 3자의 입장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간호사들은 그 당시 자신이 맡았던 환자가 사망 후에 유족들에게 부탁하여 기록들을 준비한게 큰 도움이 되었다. 죽은자의 기록으로 죽은자를 보낸 산 사람들을 살리는 일이 되었다.

어릴 적 함께 추억을 쌓았던 두 친구가 30대가 되어 만날 수 있게 노력해준 고오세도 소중하다. 이영초롱이가 거짓으로 알려준 옛 주소로 열심히 편지를 보내고 답장이 없자 서울까지 찾아간 열정의 사나이 그렇지만 영초롱이 개인을 존중하며 옆자리를 지켜주는 고오세의 예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