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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엄마니까 느끼는 감정 / 정우열

육아빠로 유명한 정우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쓴 엄마들을 위한 심리 치유서다. 육아빠는 본인이 전담육아자로 있으면서 엄마들이 느끼는 감정을 느끼면서 엄마들에게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부제는 <감정적으로 아이를 대하고 자책하는 엄마들을 위한 심리 치유서>다. 양육자의 양육태도에 의해 영향을 받은 엄마는 본인이 받았던 양육태도를 바꾸어 아이를 키우기란 쉽지 않다. 요즘은 이런저런 육아서들도 많아 엄마들이 많은 공부를 하는데 그로 인해 더 육아스트레스를 받기 쉽다. SNS의 발달로 인해 집안일도 잘하고 육아까지 완벽한 엄마들을 보며 죄책감을 갖고 우울감을 느낀다.

엄마라면 그저 아이를 바라보기만 해도 갑자기 눈물이 나며 동시에 이유 없이 죄책감이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적당히 좋은 엄마가 되면 된다. 100점 엄마가 아닌 80점 엄마를 목표로 하면 된다.

p22

자는 아이를 보며 눈물이 흐를 때는 아무래도 그날 하루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혼을 냈던 날이 아니었을까. 좋은 엄마가 되려는 것 자체가 나쁘진 않지만 사람이란게 응당 기브앤테이크가 몸에 배어 있어서 '엄마인 내가 이 정도 노력하면 자식인 너는 조금은 알아줘야지'하는 기대감 때문에 아이가 그에 따라오지 않는다거나 반응이 좋지 않다면 서운한 마음에 감정표현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우리 엄마들은 화를 내게 된다. 잠든 아이를 보며 '맞아, 내가 좋자고 한 일인데, 아이가 따라주지 않는다고 화를 냈어..미안해.' 사과하며 눈물을 훔치게 된다. 아이가 하나, 둘 일때는 좋은 엄마가 돼보겠다고 내 시간은 전혀 갖지 않고 쉬는 시간에도 주말에 아이와 어디를 갈까 검색하기 바빴다. 아이가 네 명에다 아픈 아이 케어까지하니 도저히 100점짜리 엄마가 되는 일은 나 혼자서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80점 엄마가 되기로 하고, 힘들 때는 아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좀 누워 쉬기도 하고 하니 오히려 아이들에게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게 되었다.

아이 때문에 분노 조절이 되지 않는다면 억지로 내 아이를 사랑하려는 노력을 잠시 멈추어도 된다. 내 앞에 있는 아이에 대한 사랑은 잠시 멈추더라도 그 아이를 돌보는 일은 계속 할 수 있다. 잠시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빨리 사랑의 마음으로 되돌아오는 최고의 방법이다.

p34

아이가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드는데도 아이를 사랑해야한다는 압박이 있으면 괴로운 마음이 든다. 그때는 아이가 밉다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래도 내가 해야 할 일은 해야한다는 마음으로 돌보는 일을 계속한다. 이러면서 내가 엄마가 맞나 죄책감을 가졌는데 오히려 더 빨리 사랑의 마음으로 되돌아오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글을 보고 나서 생각해보니 실제로 이후 아이에게 더 빨리 사과할 수 있었고 더 사랑하는 모자사이가 될 수 있었다.

혼자 육아를 감당하면서 스스로 육아에 아주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입증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한다. 이러한 육아 중독을 스스로 깨닫기 힘든 이유, 우연히 깨닫더라도 스스로의 힘으로는 빠져나오기 어려운 중요한 이유가 있다. 다른 중독은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지만, 육아 중독은 오히려 훌륭한 엄마라고 칭찬까지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이 육아 중독을 강화시킨다.

p245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거니와 스스로가 내가 혼자 애 넷을 케어할 수 있어 낳았다는 책임감을 보여주려고 혼자서 다 감당하면서도 누군가가 애들이 많아 그렇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아이가 옆에 있고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는 것은 좋지만 아이와 떨어져 나 홀로 어딘가에서 책을 읽는다는 건 싫다. 뭔가 이상하고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너무나 큰 신발을 신고 걷는 느낌이랄까. 함께 으쌰으쌰해줄 친구 한 명만 있어도 더 힘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다.

아이를 키우면서 상대적으로 홀대받아 잊히고 있는 엄마만의 감정들을 발견하고 스스로 공감해주는 것, 이보다 더 엄마 자신을 사랑해주는 법은 없다. 엄마인 당신이 느끼는 모든 감정은 당신의 입장에서 100프로 타당하다. 그러니 이제부터 마음껏 그 감정을 누려보자.

p299

엄마만의 감정들을 발견하고 스스로 공감해주는 것. 결국 역시 혼자서 이겨내야 한다. 이겨낸다? 음, 말이 이상한데 결국 삶은 혼자이고, 육아도 아빠가 있더라도 이러한 감정들을 느끼는 건 나 자신이니까. 살아보니 공감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은 거지만 누군가에게 공감을 바라는 그 마음 자체가 나를 힘들게 하는 것 같다. 결국 나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치료해 주는 존재는 아이들이다. 요즘은 손목이고 허리고 무릎이고 너무 아파서 일찍이 병상에 누워 아이들을 잘 케어못해주면 어떡하나 걱정이다. 누군가에게 나의 이런 고충과 피로를 말할 곳도 없이 외로운 시간들은 책을 읽으며 달래고 있다. 위로받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